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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테이블 코인은 왜 존재하는걸까?
    Block-chain 2023. 1. 15.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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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인세계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스테이블 코인의 존재

    2022년 들어 암호화폐 시장이 급격한 하락세로 전환됐습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 암호화폐 대출 업체 블록파이 파산, 시총 2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 사건 등 굵직한 악재가 속속 터지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기 때문인데요. 그러다 보니 업계에서는 2018~2019년 때와 같은 ‘크립토 윈터’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의 가격이 내일 아침 갑자기 0이 되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죠. 어쩌면 이런 사건사고 속에서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암호화폐가 있다면 더 이상하게 느껴지는 시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하락장 속에서도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들이 실제로 있습니다. 바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입니다. 담보 자산이나 알고리즘을 통해 일정한 가치를 유지하는 메커니즘이 특징인데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합니다. 2022년 연말 기준 상위 10개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1,550억 달러(약 200조 원)입니다. 200억 달러(약 25조 원) 수준에 불과했던 2020년 연말 시가총액보다 무려 8배 증가한 겁니다. 게다가 올해 암호화폐 시장이 붕괴된 가운데서도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5월 이래로 꾸준히 1,550억 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통상 신뢰가 아니라 투기적 수요에 의해 부양되는 암호화폐의 메커니즘을 고려한다면, 스테이블코인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도 스테이블코인의 가격이나 전체 시가총액은 전반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연 스테이블코인이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원리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은 어떤 쓸모가 있을지 이번 글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화폐’가 되고 싶은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들은 가격의 등락이 큽니다. 화폐라곤 하지만 사실상 투자용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통해, 화폐가 될 수 있는 암호화폐를 만들려는 시도는 있었습니다. 특정 자산이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스테이블코인은 바로 이런 시도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는 약 200여 종의 스테이블코인이 있는데요. 대략 2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먼저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국채, 암호화폐와 같은 특정 자산을 기반으로 일정한 가격을 유지합니다. 시가총액 기준 1위에 해당하는 테더(USDT)가 대표적인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입니다. 테더 구입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혹은 법정화폐로 구입할 수도 있고, 테더사에서 전용 계좌를 발급받은 뒤 달러로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이밖의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으로는 USD코인(USDC), 바이낸스USD(BUSD) 등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무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은 알고리즘을 통해 일정한 가격을 유지합니다. 그 무엇도 무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의 가격을 안정적으로 보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미묘한 가격 차이를 이용해 차익거래를 시도하려는 수요가 발생할 때, 알고리즘이 스테이블코인을 적절히 발행 및 소각함으로써 가격을 유지할 뿐입니다. 2022년 5월 일주일 만에 가격이 99% 폭락하며,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테라USD(UST)와 루나(LUNA)가 대표적인 무담보형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사실 화폐가 화폐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보통 신뢰는 권위와 시간을 통해 만들어지죠. 시중에 출시된 스테이블코인은 역사가 짧습니다. 2014년에 등장한 BitUSD가 최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대다수 스테이블코인 발생사들은 미국 달러나 미국 국채 등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자산 한 단위와 스테이블코인 한 단위를 연결시켜 신뢰를 확보하려 합니다. 

     

    일반적으로 스테이블코인 1개당 1달러의 교환비를 갖고 있고요(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발행사들은 이런 교환비에 따라 사람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반납하면, 그에 해당하는 자산을 되돌려주겠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외부 회계 감사를 통해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을 외부에 공개하기도 합니다. 

     

    한편으론 이렇게 안정적인 담보 자산이나 회계 감사 등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거부하는 진영도 있습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소위 말하는 ‘탈중앙화’ 정신과 위배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쪽 진영에서는 미국 달러 같은 자산과의 연동이 아니라, 온전히 블록체인 기술만을 이용해 발행과 유통이 조절 및 견제되는 스테이블코인이 이상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테라폼랩스라는 회사는 진정한 ‘탈중앙화’를 표방하며, 2019년 담보가 아니라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는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했는데, 그게 바로 테라와 루나입니다. 

     

     

    스테이블코인, 유형별로 톺아보기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목표는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함으로써 신뢰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시중에는 다양한 방식의 스테이블코인이 있습니다. 이들을 크게 4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습니다.

     

    1) 법정화폐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법정화폐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은 대표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USDT, USDC, BUSD 등이 있습니다. 각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미국 달러나 유로화 등 주요국의 법정화폐를 자신들의 은행 계좌에 준비금으로 쌓아두고, 준비금만큼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스테이블코인 1개와 1달러의 교환을 교환을 약속해주죠. 만약 이 약속이 유효하고 사람들이 그 점을 신뢰한다면, 스테이블코인과 달러는 1:1의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종종 실제 보유한 준비금보다 더 많은 코인을 찍어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사실 이들이 코인을 무제한으로 발행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발행사들 중에서는 준비금을 외부로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거나, 준비금의 상당수를 기업어음으로 구성해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주요 스테이블코인 회사들이 회계 감사를 받고, 준비금을 안전 자산으로 교체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어쨌든 사용자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도덕성을 믿어야 한다는 점에선 리스크가 있는 편입니다. 

     

    2) 암호화폐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암호화폐 기반은 다이(DAI)가 대표적입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시총 4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얼핏 들으면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가격이 심하게 변동하는 암호화폐를 이용해서 가격이 안정적인 스테이블코인을 만든다는 건 어쩌면 모순이니까요. 다이의 원리는 이렇습니다. 

     

    우선 다이는 미화 1달러의 가치를 가집니다. 그리고 사용자는 볼트(Vault)라는 금고에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기면 다이를 발행할 수 있는데요. 생성하려는 다이 가격보다 최소 150% 높은 가격으로 담보를 예치해야 합니다. 일종의 최소 담보비율을 정해놓은 것이죠. 예컨대 100개(100달러)의 다이를 발행하려면, 최소한 150달러의 이더(ETH)를 담보로 맡겨야 합니다. 

     

    이렇게 최소 담보비율을 정한 이유가 있습니다. 담보의 가격이 시장에서 하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시총 2위 암호화폐인 이더를 담보로 맡기더라도, 이더가 암호화폐인 이상 가격은 언제라도 하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해 담보를 과하게 잡습니다. 만약 담보의 가격이 15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볼트에 있는 담보는 강제로 청산됩니다. 발행된 다이의 가격보다 담보의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 매각하여 손실을 방지하고,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3) 상품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금, 석유, 부동산 같은 실물 상품의 가치와 연동돼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팍소스골드(PAXG)가 있습니다. 팍소스골드는 미국 사설 보안회사인 브링스(Brinks)가 런던의 금고 시설인 런던 굿 딜리버리(London Good Delivery)에 보관해 놓은 금 1 온스의 가치와 연동되는 토큰입니다. 미국 블록체인 기술 회사인 팍소스가 개발한 스테이블코인으로, 팍소스골드에 따르면 토큰 보유자는 금에 대한 법적 소유권을 가지며, 뉴욕의 불리온(Bullion) 거래소에서 토큰과 금을 교환할 수도 있습니다. 2022년 12월 기준 팍소스골드의 가격은 약 1,800달러(약 228만 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팍소스골드 외에도 테더 골드(XAUT), 실버토큰(SLVT) 같은 상품 기반의 스테이블코인도 있습니다. 

     

    4)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어떠한 담보 없이 오직 알고리즘을 통해 코인의 공급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유지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테라와 루나가 대표적인데, 구조는 이렇습니다. 테라 1개와 루나 1달러어치는 늘 교환이 가능하며, 두 코인 모두 약간의 가격 변동이 있습니다. 

     

    이때 테라의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차익 거래자들은 테라 1개를 구입해서 루나 1달러어치와 교환한 다음 이를 팔아 차익을 내려고 합니다. 반대로 테라의 가격이 1달러 위로 상승하면, 차익 거래자들은 루나 1달러어치를 구입한 다음 테라 1개와 교환한 다음 이를 팔아 차익을 거둡니다. 이 과정에서 테라는 자연스럽게 1달러를 유지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22년 5월경 테라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루나의 가치도 99% 폭락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진짜 ‘화폐’로 사용이 가능할까?

     

     

    사실 이런 질문에 대해 그 누구도 ‘그렇다’라고 답하긴 어렵습니다. USDT나 USDC처럼 폭락장 속에서도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도 있지만, 가격 유지에 실패해버린 테라와 루나 같은 스테이블코인도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화폐가 ‘화폐’로 사용되려면 신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스테이블코인의 담보 투명성이나 기술적 안정성에 관해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다만 오랜 시간에 걸쳐 스테이블코인이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고, 적절히 규제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단 법정화폐의 기동성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디지털 화폐로 기능할 수 있겠죠. 예컨대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유통되는 만큼 해외 송금 측면에서 법정화폐보다 훨씬 유리한 게 사실입니다. 해외 송금 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보다 수수료도 저렴하고 송금 속도도 훨씬 빠르니까요. 또한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달러의 1:1 교환이 법적•실질적으로 보장될 수만 있다면, 달러를 필요로 하는 나라의 국민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달러의 등가물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아직은 상상에 불과한 일이지만요.

     

    지금까지 1부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가능성에 대해 주로 다뤄봤습니다. 가치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시장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암호화폐 업계뿐 아니라 한국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 미 통화감독청 등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보고서를 속속 발간하며 가능성과 위험을 균형 있게 주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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