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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투자, 마지막 남은 사다리일까?Block-chain 2022. 12. 3. 13:57728x90반응형
아니면 오징어 게임일까
라테는 그랬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 돈이 조금 모이면 결혼을 하고 전셋집을 얻어 살다가, 아이가 커가고 적당한 시기가 되면 은행에 빚을 내서 작은 집 한 칸을 마련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집값이 폭등하면서 내 집 장만의 꿈은 영원히 멀어졌다. 최근 경제정의 실천 시민연합(경실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99㎡(약 30평) 기준3억 4000만 원이었던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올해 5월12억 8000만 원으로 4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는 노동자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36년간 숨만 쉬고 월급을 모아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정부는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대출을 막았고, 결과적으로 ‘현찰 부자’가 아니면 아무도 집을 살 수 없게 됐다.
청년들의 분노 포인트는 집값 그 자체보다 걷어 차인 사다리에 있었다. 청년들의 눈에 비친 지금의 50∼60대 정책 결정자들은 경제 호황기에 대학을 졸업해 지원서를 내기만 하면 기업들이 여기저기서 모셔가던 시절을 살았다. 은행에 저축을 하기만 해도 연이율이 20% 가까이 됐으니 월급 모아 집 사는 게 전혀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의 청년 세대는 어떠한가. 취업이 어려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티끌 모아봐야 티끌’밖에 되지 않는 제로금리의 시대를 살아온 이들이다. 유일하게 믿었던 대출조차 막히면서 이들에겐 계층을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영영 사라진 것이다.그런데 이때, 하늘에서 동아줄 하나가 내려온다. 단단한 동아줄인지, 썩은 동아줄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너도나도 붙잡겠다고 달려든다. 바로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계층 사다리가 사라진 한국 사회 청년들의 유일한 희망으로 급부상한다. 가상 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코리아와 대학생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7명은 가상 화폐 투자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응답자 2502명 중 1714명). 가상 화폐 시장이 청년 중심인 것은 공식적인 통계로도 드러난다. 올해 3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에 계좌를 가진 사람 중 30대가 31%, 40대가 27%, 20대 이하가 24%를 차지했다. 50대는 14%, 60대 이상은 4%에 불과했다. (그림 1) 현재 가상 화폐 시장은 분명 청년들의 놀이터이자 전쟁터이다.
왜 잘 알지도 못하는 비트코인인가대체 가상 화폐가 뭐길래 이 난리일까. 사실 가상 화폐의 정의를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인물이 맨 처음 도입한 비트코인은 가상 화폐의 일종으로, 개인 간 금융 거래가 중앙은행의 매개 없이도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거래 내역을 공개된 장부에 기록하고 이를 모든 이용자에게 분산하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용된다. 중앙은행을 거치지 않는 금융 거래는 곧 화폐의 탈(脫) 국가화를 의미한다. 화폐가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왜 나카모토는 화폐의 탈국가화를 꿈꾼 것일까.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는 1976년 『화폐의 탈국가화』라는 책을 발표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끝없이 정치적 요인에 휘둘려 금융 불안을 야기하므로 민간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화폐를 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의 주장은 너무 파격적이어서 주류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실행 불가능한 이상론 정도로 치부됐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30년 후 비트코인이 등장하면서 하이에크의 실험적 사고(思考)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비트코인이 등장한 2009년 1월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로 정부와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다. 나카모토는 본인의 블로그에 남긴 글에서 “기존 화폐는 중앙은행이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필수적인데 화폐의 역사는 이 믿음을 저버린 사례로 가득하다”라고 비판했다. 결국 매개자(중앙은행)의 ‘신뢰’에 기반한 화폐 모델은 언제든 붕괴의 위험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매개자 없이 개인 대 개인이 직접 금융 거래를 하고 대신 거래 내역을 암호화해 공식적인 장부에 기록하는 게 훨씬 안전하다는 게 나카모토의 생각이었다.
이 이상으로 깊이 들어가면 사실 가상 화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이도,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이도 많지 않다. 오늘날 코인 열풍을 보면 가상 화폐를 정확히 이해하고 투자에 나서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데이터 분석 업체인 카디 파이(Cardify)가 지난해 1330명의 가상 화폐 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상 화폐를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strong understanding)고 응답한 사람은 15%에 불과했으며 그럭저럭 이해하고 있다(moderate understanding)는 응답이 49%,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limited understanding)는 응답이 37%였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가상 화폐 투자에 뛰어드는 것일까? 경제학적 시선에서 투자라는 것은 기대 손익의 대차대조표에 근거해 냉정한 이성으로 판단해야 하는 영역의 일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기대’라는 단어에는 이미 투자자의 ‘마음’이 녹아 있다. 기존의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합리적 존재로 전제한다.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받기보다는 오로지 본인의 욕구 충족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유로운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경제사회학에서는 개인을 이처럼 사회적 맥락 밖에 존재하는 원자화된(atomized) 존재로 간주하는 경제학적 관점을 거부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의 경제 행위는 사회적 맥락을 배제한 채 이해될 수 없다. 경제 구조 역시 인간이 사회적으로 만들어 낸 것일 뿐이다.
청년들의 가상 화폐 투자 열풍 또한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경제학적 지식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묻지마 투자’의 행태다. 가상 화폐는 주식보다도 묻지 마 투자의 경향이 훨씬 강하다. 주식 투자는 기업의 잠재적 가치와 시장을 분석해 투자하는 경우가 많지만 가상 화폐의 경우 복권을 사는 심정으로 투자하는 이들이 많다. 가상 화폐의 작동 원리를 일반인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탓이 크다. 한국에는 가상 화폐에 대한 기본적 정보를 담은 ‘백서(white paper)’도 변변치 않다. 일부 가상 화폐 거래소에서 영어로 작성된 백서를 요약해서 발표하지만 이를 꼼꼼히 읽고 투자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더구나 백서를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함께 읽어보면 좋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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