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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낫씽(Nothing) 에서 나온 투명폰 Phone 1, 디자인 굳
    IT 2022. 7. 1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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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hing의 아이덴티티, Transparency

    속이 훤히 비치는 스마트폰, 들어봤나요? 최근 국내외 언론을 통해 '폰원(Phone(1))이라는 이름의 투명 디자인 스마트폰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7월 13일 공개될 예정인데요. '불투명'이 주류인 세상에서 '투명'이란 크든 작든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특징이죠. 폰원 제작사인 영국의 스타트업 '낫싱(Nothing)'도 투명을 자사 제품의 핵심 정체성으로 강조하며 사전 홍보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투명한 디자인만이 폰원의 흥행을 보증해주는 수표가 될 수 있을까요? 아직 성과를 예단하긴 이르지만 수년 전 스마트폰 업계에선 이들과 유사한 회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이 창업한 '에센셜(Essentail)'인데요. 최근 낫싱의 행보를 보고 있자면 에센셜과 그들이 만든 스마트폰 'PH-1(2017년)'이 마치 데자뷔(기시감)처럼 떠오릅니다.

    스마트폰 디자인 예술의 부활을 꿈꾸며

    먼저 낫싱이 어떤 곳인지부터 살펴볼게요. 낫싱은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원플러스'를 공동 창업한 스웨덴 기업가 '칼 페이(Carl Pei)'가 2020년 창업한 회사입니다. 본사 소재지는 영국 런던이고 초기 스타트업이지만 벌써 2억 달러(약 26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투자자 면면도 화려하네요. GV(구글 벤처스), 아이팟 발명가 토니 파델의 퓨처 셰이프, 케빈 린 트위치 공동 창업가, 스티브 허프먼 레딧 창업자 등 유명 벤처캐피털과 IT업계 인사들이 눈에 띕니다.

    낫싱이 밝힌 목표는 스마트폰 업계에 만연한 단조로운 디자인을 타파하고, 투명함에 근간을 둔 새 디자인 언어로 업계에 돌풍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 설계 방식도 기존과 다른 방식을 채택했다고 합니다.

    낫싱에 따르면 보통의 불투명한 스마트폰은 설계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제품 상단에서 하단까지 모든 부품이 직선으로 연결된 구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각 부품의 배치도 비슷하고요. 그런데 단순히 이를 투명하게만 보여주는 건 마치 투명 케이스를 장착한 데스크톱 본체를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겠죠. 낫싱은 이런 구조에서부터 변화를 꾀하고 독자적인 디자인을 제시하기 위해 '무선충전 코일'부터 각 부품이 퍼즐처럼 이어지는 새로운 방식의 설계 기법을 고안했습니다.


    그 결과물은 사전공개된 이미지처럼 확실히 기존 스마트폰들과 다른 분위기를 제시합니다. 코일 주변부에는 밝은 LED까지 탑재돼 한층 눈길을 끌고요. 낫싱 홈페이지에서 주로 강조되는 있는 점 역시 이 같은 디자인 철학과 친환경 소재 사용에 관한 것 등입니다. 여타의 스마트폰과 달리 기능, 성능에 대한 얘기는 찾아보기 어려운데요. 철저히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에 가까워 보이죠.

    회사의 배경과 디자인은 흥행 보증수표가 아니다

    다음은 에센셜이란 회사입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OS의 최초 개발자라는 창업자 앤디 루빈의 배경 덕분에 이 회사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지금의 낫싱 못지않았습니다. 그리고 에센셜이 2년 만에 내놓은 스마트폰 PH-1도 유독 디자인이 강조된 제품이었는데요. 낫싱만큼 독특하진 않지만 아이폰보다 카메라 노치 디자인을 앞서 적용한 최초의 스마트폰이고 측면에는 티타늄, 후면에는 세라믹 소재를 사용해 당시 스마트폰 중에서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했습니다. 사양도 좋았고 무엇보다 안드로이드 창시자가 직접 개발한 스마트폰이란 점이 함께 부각돼 이는 에센셜 PH-1의 핵심 마케팅 포인트로 각인됐죠.

     

    하지만 이런 기대와 관심이 무색하게 PH-1은 흥행에서 참패를 기록했습니다. 제품 재고처리 목적으로 할인이 적용되기 전까지 전세계 판매 대수는 불과 수천 대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죠.

     


    PH-1의 실패 이유는 크게 최적화의 실패, 출고 지연, 디자인 외 찾아보기 힘든 차별점 등이 꼽힙니다. 제품 출시 후 사용자들 사이에서 PH-1은 안드로이드 창시자가 만들었다는 기대와 달리 잦은 버벅거림과 버그가 보고됐습니다. 제품 공개 후 출시까지 3개월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면서 수요층 이탈도 발생했죠. 또 고사양 하드웨어가 적용했고 이에 따라 가격도 당대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비슷했지만 무엇 하나 특출 나지 않은 기능도 사용자들을 실망시켰습니다.

    이와 함께 경쟁 제품인 삼성전자 갤럭시나 애플 아이폰처럼 스마트폰과 연계할 뚜렷한 내외부 생태계와 플랫폼 지원이 부족했습니다. 설상가상 일부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돼 앤디 루빈이 직접 사과하는 촌극까지 일어났죠. 그의 배경과 철학과는 별개로 이미 무르익은 스마트폰 시장에 막 첫발을 내디딘 신생 업체의 한계였습니다. 결국 에센셜은 PH-1을 첫 제품이자 마지막 제품으로 2020년 2월 폐업을 선언하고 쓸쓸히 퇴장했습니다.

     

    낫싱, 에센셜이 보여준 한계 넘어설까

    낫싱과 에센셜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낫싱의 창업자 칼 페이는 중국의 유명 스마트폰 제조사 공동창업자 출신에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인물들의 초기 투자를 유치하며 제품 출시 전부터 높은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에센셜이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강조했다면 낫싱은 투명한 디자인을 정체성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두 회사 창업자 모두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 출신이지만 신생 스타트업으로 제품 외 플랫폼이나 생태계 기반은 미약합니다. 여담이지만 낫싱이 에센셜을 계승한 회사가 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는데요.  외신에 따르면 칼 페이는 지난해 2월 폐업한 에센셜의 상표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처럼 출시 전 낫싱을 향한 기대감과 그들의 마케팅 전략은 수년 전 에센셜과 비슷합니다. 이는 곧 에센셜이 마주했던 한계를 낫싱도 마주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빼어난 디자인은 분명 일정 부분 '마니아' 계층을 만들어내겠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디자인 못지 않게 가성비와 사용성을 중시합니다. 또 PH-1이 출시된 2017년보다 지금은 기술과 운영체제가 더욱 발전해 웬만한 중저가 스마트폰도 프리미엄 모델 아쉽지 않은 가성비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주고 있죠.

    무엇보다 낫싱이 넘어야 할 가장 높은 벽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지난 10년간 탄탄하게 구축한 전방위적 생태계입니다. 갤럭시나 아이폰 모델은 이제 가격대와 관계없이 꽤 편리한 생태계 편의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의 데이터 연동 및 백업, 수년에 걸쳐 고도화된 독자 인터페이스, 접근성 좋은 AS센터와 고객지원 등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죠.

    애플의 경우 애플 PC, 태블릿, 이어폰 등과 물 흐르듯 연결되는 생태계와 보안성으로 충성 사용자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갤럭시는 '삼성페이'가 주는 강력한 편의성이 디자인과 성능을 넘어 강력한 팬층을 유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앞서 여러 외산폰이 한국 시장을 두드렸지만 실패를 맛본 이유도 디자인과 가성비 외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차별점을 주지 못했단 점에 있습니다.

    따라서 낫싱과 폰원이 정식 출시 단계에서도 독특한 디자인 이상의 강점을 보이지 못한다면 과거 PH-1과 마찬가지로 관심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이 경우 소비자는 웃돈을 주고 구입한 스마트폰이 충분한 사후 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따릅니다. 에센셜도 제품 출시 후 고작 3년 만에 회사가 폐업하고 말았죠.

    물론 아직 낫싱이 준비한 패가 100% 공개된 건 아닙니다. 다만 시장이 성숙하고 사용자경험의 깊이가 중시되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바뀌었음에도 '껍데기'에 불과한 디자인이 낫싱의 전부라면 소비자는 이를 조금 더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낫싱의 폰원 공개는 한국시간으로 7월 13일 자정에 시작됩니다. 과연 에센셜의 전례를 넘어 새로운 디자인, 좋은 가성비, 참신한 생태계 비전 제시 등을 통해 낫싱이 시장의 새로운 강자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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