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폰에 적용 가능한 월페이퍼 엔진 등장

스마트폰 배경을 움직이는 영상으로 바꿔보자

밸브의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에는 게임이 아닌 콘텐츠도 있다. 유틸리티 카테고리를 보면 PC 성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 '3DMark'와 'PCMark', 디스코드 봇 제작 프로그램, 마이크를 최적화하는 '사운드 패드'처럼 여러모로 도움 되는 소프트웨어가 다양하게 게시돼 있다.

 

스팀 유틸리티 분야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건 윈도우 배경화면을 바꾸는 '월페이퍼 엔진'이다. 2D·3D 애니메이션, 동영상, 응용 프로그램이나 웹사이트까지 배경화면으로 만들어 준다. 화면 구성 요소의 색이나 움직임 조절도 가능하다. 레이저 크로마, 커세어 iCUE 등 LED 조명 효과 소프트웨어와 연동해 색깔을 맞추는 기능도 있다.

 

이처럼 자유롭게 배경화면을 커스터마이징하는 기능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써볼 수 있게 됐다. 지난 27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안드로이드용 월페이퍼 엔진 앱이 게시됐다. 무료로 제공되며 인앱 결제나 광고 배너도 없다.

 

윈도용 월페이퍼 엔진처럼 기본으로 제공되는 여러 가지 배경화면을 스마트폰에 적용 가능하다. 은하, 네온 선셋, DNA, 지구 등 PC 버전에서 인기를 끈 여러 기본 배경화면이 탑재됐다. 기기 움직임에 반응하거나 구성 요소의 색을 바꾸는 옵션도 제공된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동영상과 GIF 움짤, 2D·3D 렌더링 이미지를 배경화면으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재생 목록을 만들면 여러 가지 배경화면 콘텐츠를 일정 간격으로 순환하거나 지정된 시간이 되면 바뀌도록 설정할 수 있다.

 

스팀에서 4400원짜리 윈도용 월페이퍼 엔진을 구매한 경우, 모바일에서 해당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PC 버전에서 저장한 '창작마당' 라이브러리를 모바일에 불러오는 게 가능하다. 법적·기술적 제한이 있다 보니 모바일에서 창작마당에 직접 접근하기는 어렵다.

 

직접 사용해 보니 밋밋했던 배경화면을 화사하게 바꾸는 게 가능했고, 배경화면으로 간단한 게임까지 즐길 수 있어 신기했다. 하지만 아직 아쉬운 점이 몇 가지 보였다. 30일 현재 GIF 움짤은 정상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적용 전 단계까지는 움직이는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만 배경화면으로 설정하면 움직이지 않는다. 일종의 오류로 보이며 이후 업데이트에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PC와 스마트폰의 화면비가 다르다 보니 잘 어울리는 배경화면을 찾기 어렵다. 일반적인 스마트폰 화면비는 세로로 길다. PC용 배경화면을 적용하면 양옆이 잘려 답답하다. 가로로 긴 태블릿에서는 PC 버전에 가까운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

 

배터리가 더 빨리 닳는 단점도 감수해야 한다. 배경화면이 계속 바뀌거나 움직이고, 설정에 따라서는 기기 움직임에 반응하기 때문에 화면과 센서를 통해 소모하는 전력이 늘어난다.

 

안드로이드 12 순정 운영체제가 설치된 스마트폰에서는 월페이퍼 엔진을 사용하기 어렵다. 안드로이드 12 테마 시스템 '머티리얼 유(Material You)'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머티리얼 유는 배경화면에서 가장 비중이 큰 색을 추출해 시스템 테마에 반영한다. 배경화면이 바뀌면 색상을 다시 추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기 성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된다. 월페이퍼 엔진처럼 움직이거나 주기적으로 바뀌는 배경화면 앱을 사용하면 심한 렉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은 머티리얼 유를 다른 방식으로 적용해 성능 저하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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