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대박난 오징어게임, 그 안에서 볼 수 있는 신뢰의 불확실 (스포 有)
오징어 게임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난 17일 넷플릭스의 신규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공개됐다. '오징어 게임'은 공개 이후 생존형 게임이라는 점에서 일본 영화 '배틀 로열'이나 '신이 말하는 대로'와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대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은) 2008년 구상해서 2009년 대본을 쓸 때부터 첫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다"며 "우선권을 주장하자면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보다) 먼저 대본을 썼기에 제가 먼저"라고 말했다.
황동혁 감독의 말처럼 '오징어게임'은 신이 말하는 대로에 나오는 게임 한 가지만 같을 뿐 주제의식 측면에서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전개와 결말을 생각하면 '반전의 교과서'로 일컫는 영화 '쏘우'나 신하균·변희봉 주연의 '더 게임'과 유사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징어 게임'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돈'과 '죽음' 앞에서 초연해질 수 있을까. 오징어게임은 두 가지 절대적인 조건에 굴복하는 인간의 본성을 조명한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징어 게임에 직접 참가한 사람들은 '탈락은 죽음'이라는 룰 앞에 원초적인 두려움을 느낀다. 막대한 빚을 지며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던 삶에서 일확천금을 노리며 게임에 참가했던 절박함은 다시 '죽음'이라는 절대적 공포에 파묻힌다. 그러나 1명당 목숨 값이 1억 원이며 6개의 게임을 통과하면 456억 원의 상금을 거머쥘 수 있다는 규칙이 공개되자, 죽음을 두려워하던 참가자들의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오징어 게임은 이 지점에서 첫 번째 질문을 던진다. '안전한 삶을 보장받는 대신 바뀌지 않을 현실로 되돌아가겠는가'와 '인생 역전을 위해 목숨도 던질 수 있겠는가'라는 양 극단의 선택지를 제시하며 선택을 강요하는 것. 첫 번째 선택지를 고른 인물들이 현실로 복귀해 '살아있는 지옥'을 되풀이하는 장면을 통해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기훈'(이정재 분), 거액을 횡령한 끝에 도망자 신세가 된 '상우'(박해수 분), 보육원에 맡긴 동생과 재회를 꿈꾸는 '새벽'(정호연 분), 조직의 타깃이 된 '덕수'(허성태 분) 등 등장인물들은 오히려 저마다의 사정으로 다시 열린 오징어게임에 참가한다.
이 대목에서 오징어게임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오징어 게임에 참가해 '덕수'(허성태 분) 패거리로부터 동료들을 지키며 인간적인 리더십을 발휘한 기훈이지만, '일남'(오영수 분)과의 구슬 홀짝 게임에서 상대가 치매 증상을 보이자 이를 악용해 자신이 승리한 것처럼 거짓말을 한다. 자신이 죽을 위기가 다가오자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어 추악한 승리를 거머쥔 것.
구슬 뺏기 게임에서 살아남은 한 참가자는 아내를 잃은 슬픔을 안은 채 게임을 포기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그 역시 게임 상대방인 아내와의 대결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에 불과했다. 죽음 앞에서는 부부로 맺어진 인연도 '신뢰할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스포일러 주의) 이는 게임의 '호스트'이자 1번 참가자인 일남의 숨겨진 계획이다. 그는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이후 심심하다는 이유로 오징어게임을 주최하는 호스트가 됐다. 살육 게임 앞에서 인간의 본성과 신뢰의 불확실성을 확인하고 싶었던 그는 병상에 누워 정체를 드러내기 전까지 '인간 사이의 믿음'을 불신했다.
'오징어 게임'에서의 '일남'은 영화 '쏘우'의 '직쏘'(토빈 벨 분)나 '더 게임'의 '강노식'(변희봉 분)과 같은 '설계자'의 위치다. 쏘우가 '삶에 대한 최선'을 강조했다면 오징어 게임은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욕망'과 그로 인한 '신뢰의 불확실성'을 꼬집는다.
"자네는 아직도 사람을 신뢰하나"라고 물으며 마지막 게임을 제안하던 그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은 '기훈'을 교화시켜 오징어게임의 새로운 호스트로 낙점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오징어 게임에 다시 참가하려는 기훈과 '프런트맨'이 시즌2의 호스트로 등장할 가능성도 여기에 있다.
동생에게 신장까지 나눠줄 만큼 애뜻했던 '황인호'(이병헌 분)가 오징어 게임을 운영하는 '프런트맨'이 된 것처럼, 기훈 역시 인간에 대한 신뢰를 가장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기 위해 상금 455억 9999만 원을 들여 오징어 게임을 열 것이라는 가설이다.
생존을 위해 남을 짓밟고 올라가야 하는 경쟁 사회시대에서 우리네 삶은 '오징어 게임'의 연속일지 모른다. 두 발로 서기 위해 수비자를 밀치고 오징어 머리로 발을 내딛을 때까지, 수많은 공격과 방어를 반복해야만 하는 삶 속에서 우리는 누구를 어떻게 믿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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