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플립Z3 개봉 및 첫인상 - 역대급 디자인
아이폰에서 넘어가게 만든 디자인
꼭 접어야만 하나. 삼성전자가 접이식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를 출시할 때부터 따라붙던 질문이다. 물론 답은 나와 있다. 작은 크기의 폼팩터(Form factor·외형)로도 대화면을 구현해 휴대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값도 무게도 묵직한 신식 ‘폴더블 폰’은 접어서 얻는 효용보다 접느라 겪는 불편이 컸다. 주객이 전도된 격이다. 3세대로 돌아온 ‘갤럭시 Z플립 3’에는 전작에서 지적받은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열 일하는 커버 디스플레이
“예쁘긴 예쁘다.” 갤럭시 Z플립 3을 본 지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외관은 전작보다 각진 형태로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를 빼닮았다. 두드러지는 배색 배치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도 주변의 호응이 이어지자 줏대가 흔들렸다. “그래, 예쁘긴 하네.” 손가락 만한 두께에 무게는 183g이다. 바지 주머니에 손쉽게 들어가는 크기지만 불룩하게 내려앉기 때문에 휴대성은 다소 애매하다. 전화를 끊을 때 느끼는 ‘손맛’이 쏠쏠하지만 폰을 여닫으려면 두 손을 써야 한다는 것은 단점이다. 수시로 폰을 본다면 접지 않고 펴서 써도 된다.
내구성은 전작 대비 80% 개선됐다. 기존에는 물에 취약했지만 이번엔 폴더블폰 최초로 수심 1.5미터에서 최대 30분간 견디는 IPX8 등급 방수가 지원된다. 앞뒷면에는 코닝 고릴라 글라스 빅투스가 적용됐다. 미끄러운 느낌이 들어서 떨어뜨릴까 걱정되기도 했다. 튼튼해졌다고는 해도 일반적인 바(Bar) 형 스마트폰에 비해 파손이나 방진 등의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다.
눈에 띄게 달라진 건 바깥 화면인 ‘커버 디스플레이’다. 1.9형으로 전작 대비 4배 커졌다. 사실 전작은 창이 작아 쓰임새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갤럭시Z플립3에선 폰을 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우선 커버 디스플레이를 통해 바로 문자,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알림 등을 최대 8줄까지 확인할 수 있다.
발신자 이름, 전화번호, 사진 등도 뜬다. 전화가 오면 설정에 따라 증강현실(AR) 아바타가 커버 디스플레이를 통해 알려주기도 한다. 화면을 왼쪽으로 밀어 넘기면 날씨나 시계, 걸음수, 음악, 알람, 녹음, 타이머, 일정 등 8개 위젯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고 위에서 아래로 쓸어 내리면 진동·무음 설정을 띄울 수 있다. 커버 디스플레이는 삼성 페이 결제도 지원한다. 집을 나설 때 카드를 챙겨야 하는 아이폰 소유주에겐 가장 탐나는 기능이었다.
접고 펴서 좋아진 기능들
펼쳤을 때의 인상은 사뭇 다르다. 6.7형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로 길쭉한데, 대여한 갤럭시Z플립3를 반납할 때까지도 길이에는 적응하지 못했다. 솔직히 미감(美感)을 위해 일부러 접어두기도 했다. 비율 때문에 가로로 게임 등을 할 때면 옆 공간이 비는 것도 사용자 경험(UX)을 해치는 요소였다. 의외로 가운데 반으로 접힌 주름은 거슬리지 않았다. ‘접이식’의 특징을 살린 기능이 주는 잔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했다.
예를 들어 갤럭시Z플립3는 화면을 위아래 반으로 나눠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멀티 액티브 윈도’ 기능을 지원한다. 화면 우측의 ‘멀티 윈도 트레이’를 열고 앱을 끌어오면 되는데, 유튜브를 보면서 카톡을 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다. 웹페이지를 추가로 띄워 3개 창을 동시에 보는 것도 가능하다.
최대 120Hz 주사율 덕분에 화면전환이 매끄러웠다. 다각도로 세워 둘 수 있는 ‘플렉스 모드’는 특히 설거지를 할 때 유용했다. 보조장치 없이도 원하는 각도로 서 있어 넷플릭스를 틀어 놓기 적합했다.
카메라는 총 3개다. 전면에는 1000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됐고, 후면 듀얼 카메라는 각각 1200만 광각·초광각 렌즈가 적용됐다. 전작과 스펙에 있어선 별 차이가 없지만 후면 카메라 하우징에 ‘슈퍼 클리어 글라스’를 적용해 빛 번짐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또, 구조를 응용해 카메라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폰을 접은 상태로도 커버 디스플레이를 ‘뷰 파인더’ 삼아 사진·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퀵샷(Quick Shot)’이 대표적이다. 후면 카메라를 실행하고 오른쪽 상단의 사각형 모양 아이콘을 누르면 사진을 찍히는 사람도 커버 디스플레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카메라 앞에 손바닥을 펼쳐 ‘타이머’로 사진을 찍는 것도 가능하다.
전반적으로 갤럭시Z플립3는 아기자기한 기능을 구석구석 배치해둔 장점이 돋보였다. 상술한 단점에 덧붙여 아쉬웠던 건 배터리다. 3300mAh에 불과한 데다 충전 속도가 15W라 잦은 충전이 필요했다. 가격은 가벼워졌다. 전작보다 40만 원 낮아진 125만 4000원. 256GB 내장 메모리 모델만 지원한다. 공시 지원금은 최대 50만 원으로, 유통망 추가 지원금을 더하면 실제 구매가는 60만 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한다.
단점만 보자면 안 살 이유는 많다. 가격을 낮췄다고 해도 여전히 비싼데, 접고 펼 수 있어서 얻게 되는 가치가 아직까진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흠에 가깝다. 그러나 지갑이 물건의 효용에 따라 열리는 건 아니다. 스마트폰을 꼭 접어야만 하냐는 질문도 마찬가지다. ‘예쁘다’는 치트키(cheat key)가 있다면 이유는 설명할 필요 없다. 쓰임새는 만들기 나름이다. 갤럭시Z플립3는 ‘폴더블(foldable·접을 수 있는) 폰’의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삼성전자가 내놓은 최선의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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